심장충격기세동기, 작동법보다 중요한 주변 사람 통제 방법 3가지

길에서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았고, 근처에 있는 심장충격기세동기(AED) 위치도 알고 있습니다. 기기를 가져와 전원을 켜고 음성 안내에 따라 행동하려는데… 주변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고, 누군가는 동영상을 찍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잘못된 응급처치 상식을 외치고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AED의 음성 안내는 소음에 묻혀 들리지도 않습니다. 이게 실제 한 달 전까지 제 머릿속에 있던 막연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 생존율 높이는 주변 통제 핵심 3가지

  • 역할 분담: 주변 사람을 구경꾼이 아닌 조력자로 만들어 혼란을 잠재우세요.
  • 공간 확보: 명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환자와 구조자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만드세요.
  • 소통 통일: 119와의 소통 창구를 하나로 통일하여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유지하세요.

구경꾼을 조력자로 만드는 역할 분담의 마법

응급상황에서 “누가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라고 외치면 대부분 서로 눈치만 보며 행동하지 않는 ‘방관자 효과’가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고 주변 사람들을 귀한 조력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모두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효과적인 심리적 통제 방법입니다.

한 사람을 정확히 지목하여 임무 부여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특정인을 지목하여 구체적인 임무를 주는 것입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한 명과 눈을 맞추고 명확하게 요청해야 합니다.

  • “거기 안경 쓰신 남성분, 지금 바로 119에 전화해서 ‘심정지 환자 발생’이라고 알리고, 스피커폰으로 바꿔서 상황을 계속 알려주세요!”
  • “노란색 가방 메신 여성분, 주변에 가장 가까운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찾아와 주세요! 보통 건물 입구나 엘리베이터 옆에 있습니다. 못 찾겠으면 다른 분께 도움을 요청하세요.”

이렇게 대상을 특정하면 책임감이 생겨 즉시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또한, 응급의료포털(E-Gen) 앱을 이용하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자동제세동기 설치 장소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체력 소모가 큰 가슴 압박 교대조 준비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가슴 압박은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엄청납니다. 1분만 제대로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죠. 구조자 혼자서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효과적인 가슴 압박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미리 교대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혹시 심폐소생술 교육받으신 분 계신가요? 제가 힘이 빠지면 교대할 수 있도록 옆에서 준비해주세요.”

이 요청 하나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도울 일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불필요한 행동 대신 구조 활동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생존 사슬의 첫 번째 고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단호한 목소리로 만드는 생명의 공간

심정지 환자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둘러싸는 것은 구조 활동에 심각한 방해가 됩니다. 구조자는 정확한 자세로 가슴 압박을 할 공간이 필요하고, 심장충격기세동기 패드를 부착할 위치를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구조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응급처치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공간 확보는 필수입니다.

구조 활동을 위한 최소 반경 확보

사람들을 통제할 때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명확하고 단호한 지시가 효과적입니다. 왜 공간이 필요한지 이유를 함께 설명하면 사람들의 협조를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요청 효율적인 요청
“좀 비켜주세요…” “모두 세 걸음씩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 환자를 처치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 시끄러워요!” “자동심장충격기 음성 안내를 들어야 합니다.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특히 AED가 “심장 리듬 분석 중입니다. 환자에게서 떨어지세요.”라는 안내를 할 때, 주변 사람이 환자와 접촉하고 있으면 분석 오류가 나거나, 제세동(전기 충격) 시 주변 사람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모두 떨어지세요!”라는 외침은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한 중요한 행동 요령입니다.

정확한 정보가 골든타임을 지킨다

우왕좌왕하는 현장에서 쏟아지는 부정확한 정보와 조언들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119 구급대와의 소통 창구를 단일화하고, 구조자는 훈련받은 내용과 AED의 음성 안내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19 구급대와의 소통 창구 단일화

처음 119 신고를 맡았던 사람이 구급대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 전화하면 상황 전달에 혼선이 생기고, 구급대의 정확한 상황 판단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신고자는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라 환자의 상태(의식 확인, 호흡 확인 등)를 구조자에게 전달하고, 구급대 도착 예정 시간을 공유하며 현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불필요한 조언과 방해 정중히 차단하기

안타까운 마음에 “물을 먹여야 한다”, “다리를 주물러라” 등 의학적 근거가 없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고 정중하게 상황을 통제해야 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교육받은 내용과 이 자동제세동기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겠습니다. 환자를 위해 조용히 지켜봐 주시는 것이 가장 큰 도움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있어 응급상황에서 선의로 도움을 주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감면 또는 면제해 줍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주변의 시선이나 불필요한 걱정에서 벗어나 더욱 자신감 있게 응급처치에 임할 수 있습니다.

심장충격기세동기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기계 작동 능력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을 침착하게 통제하고, 응급처치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능력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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